오랜만에 완성한 글을 가져왔습니다.
전에 올린 글이 급 쓴 글이다 보니 그 후로 통 읽지를 못 하겠어서
다음엔 그런 일 없게 하려 했으나...
니코 생일을 맞이하여 뭔가 하자 싶은 마음에 또 급 써버렸습니다.
첨삭 안 했는데... 못 읽는 글이 되진 않았으면 좋겠네요orz
중간에 나오는 사람 이름은 원래 생각했던 건 미인으로 유명한 다른 사람들인데
혹시 아닐지도 몰라 싶은 마은에 검색해서 나온(...)이름을 적었습니다.
역시 덕질에 공부는 필요합니다..
어쨌든,
생일이랑 상관이 없는 것 같은 내용이 나와 버렸지만
중요한 건 선물이니까요.
니코야 여친이야..선물이야....
ps:올리려다 보니까 내용이 길어서 안 올라가네요...6장밖에 안 되는데..?여튼 상, 하 나눠서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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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만히 눈을 감는다. 예약해둔 온도가 되었는지 현상유지를 위한 최소한의 냉기를 뿜어내며 낮게 돌아가는 에어컨 소리, 때마침 들려온 뒤척이는 소리에 두근두근, 미묘한 설렘 속에서 닫혀있던 눈을 몇 번 깜박이면 어둠에 익숙해진 시야엔 낯선 천장이 비춰졌다. 사람과 사람이 함께 있을 땐 열이 발생한다지만 오늘은 특별, 계절감을 잊을만한 조금 서늘한 온도가 지금 이 곳에 나 혼자가 아니란 것을 실감하게 했다. 덩달아 이 방의 주인이 누구인지. 흘깃 시선을 옆으로 향한 채 입을 열었다.
“에리.”
“응?”
뒤척이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방향은 고정한 채 몸만 꼼지락대고 있었던 걸까. 나지막한 목소리로 부르자마자 번쩍 고개를 든 상대방은 말이 끝나기 무섭게 기다렸다는 듯 이쪽을 향해 상체를 약간 세워 팔에 기댄 채 대답했다. 나보다 키가 큰 녀석이, 자신의 방인 주제에 손님용 메트리스를 자처한 탓에 평소와는 다르게 조금 낮은 위치에서 날 올려다 보고 있는 모습이 생소했다. 하지만 아무 말없이 그 색다름만을 즐기기엔 창밖에서 비친 달빛이 상대의 얼굴에 쏟아져, 움직이는 대로 사르륵 흩어지며 반짝이는 금빛, 투명하게 빛나는 새하얀 살결, 지극히 평소와 같은 것들을 두드러지게 하니까. 그리 새롭지만은 않은 이런저런 감정들이 튀어올라 어지럽게 섞인다. 홀린 것처럼 멍하니 그 모습을 눈에 담다 대답을 촉구하는 듯 이 쪽을 빤히 응시하는 눈동자를 인식한 후에야 튀는 심장처럼 들떠버릴 것 같은 목소리를 흠흠 헛기침으로 가라앉힌 뒤 입을 열었다.
“그냥, 잠 안 오면 이야기 하나 해 줄까 해서.”
“뭔데? 무슨 이야기?”
집에 돌아오는 길 손을 꼭 마주잡은 채 함께 봤던 별보다도 반짝이는 눈동자, 달의 마력을 받았다기 보다 아름다움 그 자체인 것 같던 종전의 신비롭기까지 하던 분위기와는 다른 모습이다. 여신보다는 집에서 쿨쿨 자고 있을 자신의 동생들에 더 가까울 것 같은 앳된 모습이었지만, 실망이라든가 환상이 깨졌다기 보다는 웃음이 나왔다. 어느 쪽도 너고, 전부 좋아하니까. 심장을 중심으로 따끈따끈해진 느낌, 이건, 에어컨이 다시 돌아갈 때가 됐는지도? 입가에 떠오른 부드러운 미소와 어떤 감정을 숨긴 채 나직한 목소리로 속삭였다.
“무서운 이야기.”
“싫어...!”
내 쪽으로 가까이 다가온 채 귀엽게 눈을 빛내던 녀석은 구르다시피 후다닥 내게서 멀어지며 거세게 반발해 왔다. 어느정도 예상했던 반응, 필사적인 얼굴에 자꾸만 터지려는 웃음을 참느라 고생 좀 했다.
에리는, 에리치카라 불리며 할머니께 귀여움 받던 어린 시절 처럼ㅡ 아니. 겁먹고, 망설이고, 엉뚱한 부분에서 순수하고 귀엽기 까지 해 가끔 애보다 더 애같은 주제에 애들 앞에선 점잔빼는 구석이 있는 녀석이니 어쩌면 할머님과 단 둘인 상황에선 지금도 어리광 가득 부리는 귀여운 어린 손녀가 될지 모르지. 어쨌든,
“어째서야 니코. 혼자여도 무섭지 않게 해 주겠다면서 온 거잖아? 그런데 어째서 그런... 왜 무서운 이야기를 듣지 않으면 안 되는 건데...!?”
어린애처럼, 거센 항의 속에는 훌쩍임이 섞여있었다. 진짜 아이가 상대라면 골리는 내가 나이값을 못 하고 나쁜 것일 터이나 어린이도 아닌, 굳이 따지면 남에게 의지가 되고 이끄는 편인 빨리 어른이 된 녀석이 가끔 이런 식으로 앳된 모습이라든가 반응을 보이면 나도 모르게, 좀 너무했나 싶을 정도로 괴롭히게 되고 마는 것이다. 뭐 그런 관계로 이 경우는 딱히 내가 나쁜 건 아닐 터.
“나랑 관련있는 얘기라?”
“...그럼 들을래.”
내가 자신에게 책임을 떠넘겨 버렸다는 것을 꿈에도 모를 에리는 머리에 보자기처럼 이불은 감은 채 얼굴만 빼꼼 내밀고는 다시 나를 바라봤다. 그 모습 뭐야. 마트료시카? 아무래도 이불을 뒤집어 쓰는 과정에서 조금 헝클어진 모양인 앞머리 사이로 드러난 이마를 쿡쿡 찌르며 킥킥 웃자 부루퉁해진 얼굴로, 이번엔 매도 빨리 맞는 게 낫다는 생각인지 언제 도망쳤냐는 듯 도리어 날 재촉하기 시작했다. 비록 눈동자는 여전히 그렁그렁했지만. 벌써부터 그래서야 감당할 수 있겠어? 괜히 겁을 더 준 다음 슬그머니 운을 뗐다.
“에리. 식인귀의 유래가 뭔 줄 알아?”
"자, 잠깐 니코."
뭐야. 마음의 준비는 다 끝난 거 아니었어? 니코는 상냥하니까 조금쯤 더 기다려 줄 생각은 있지만서도. 허둥지둥 내 입에서 나올 말을 만류하는 에리의 손짓을 따라 잠시 이야기를 멈추자 바들바들 떨면서 입을 열었다.
"무서운 얘기라는 거... 호러인 줄 알았더니 고어였어...?"
"어느 쪽이 더 취향이야?"
"둘 다 싫어어..."
종목에 따라 마음의 준비도 별개인 건가? 얼마든지 와라! 싶던 종전의 기세는 어디갔는지 다시금 쪼그라든 모습이 퍽 우스웠지만, 상처나면 어쩌려고. 손을 뻗어 꽉 깨문 입술을 매만지자 입가에 잔뜩 쓸 데 없는 힘이 들어가 있던 것이 좀 누그러들었다.
"그럼 이제 슬슬 얘기 계속해도 돼?"
"그냥 안 하면 안될까...?"
"흔히 콩팥이 아픈 사람은 콩팥을 먹고, 위가 안 좋을 때는 위를 먹으면 좋다고들 하잖아. 같은 종일 경우 더 효과가 좋지 않을까 하는 상상에서 비롯된 것이 극한까지 달했을 때. 심장에 병이났을 땐 심장을 탐하는 거야. 뭐 다른 이유도 있기야 하겠지만."
"우우..."
순전히 입술 깨무는 것을 못 하게 할 생각 뿐이었건만 쓸 데 없이 들어가 있던 힘이 빠진 것은 입가만이 아니라. 녹은 눈으로 자신에게 닿은 내 손에 얌전히 기댄 채 보내는 시선을 못 본 척, 은근슬쩍 이야기를 이어 나갔다. 다시 울상이 되어서는 구명줄이라도 되는 양 내 손을 꼭 붙잡던 에리는
"결국 자신에게 없거나 부족한 걸 채우려는 일환이란 말이지."
"흐음.."
그 덕을 본 건지, 아님 이야기가 생각했던 것 보단 무섭지 않았던 걸까? 남의 손을 멋대로 베개삼아 누워 편하게 자리를 잡더니 내 말에 열중했다. 무서운 이야기란 말로 말문을 연 것이 무색하게 긴장감이란 찾아볼 수없는, 오히려 지금 이 상황이 꽤 즐거운지 풀어진 표정에 조금 인상을 썼다. 이녀석 혹시, 지금은 러시아에 계신 할머니와 오랜만에 만나 귀여움 받는 기분같은 거 느끼고 있는 거 아냐? 그렇게 생각하니 조금 재미는 없었지만 그리 나쁜 기분만은 아니었기에, 손에 매달린 온기를 털어내는 대신 다른 손까지 뻗어 머리를 살살 쓰다듬어 주며 다시 입을 열었다.
“연예계에도 그런 얘기가 있는데 말야.”
"정말?"
심각한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해 일부러 잔뜩 억누른 내 목소리와 비견되는 들뜬 목소리, 더 이상은 무섭지 않다 확신한 모양이다. 전에 노조미까지 셋이서 영화를 봤을 때도 이런 식으로 멋대로 혼자 안심했다가 나와 노조미가 마지막에 쳤던 회심의 장난에 깜짝 놀라 펑펑 울어놓고. 기본적으로 영리한 주제에 그런 쪽의 학습능력은 영 꽝인 녀석이다.
"젊음이라든가, 아름다움이라든가. 기를 빨아먹는다고 하지. 그걸 위해서 피에 목욕을 한다거나ㅡ"
"흡혈귀의 유래랑 비슷한 거구나. 에르제베트 바토리라든가?"
"뭐 그런 거."
"흐음.."
이름까지 나오는 거 보면 이미 어느 정도는 알고 있던 건가. 하긴 공부만이 아니라 책도 꽤 많이 읽는 것 같았으니까. 하지만 어차피 이런 식의 이야기는 언제나, 항상 마지막이 중요한 것이다.
"그렇게 남일처럼 태평하게 있어도 괜찮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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